무턱대고 달리기부터 시작했던 과거가 있었는데 하루에 10km씩 걷고 뛰기를 반복하면서도 허리둘레는 줄어들지 않았고, 살이 빠지기는커녕 무릎이 아파 운동을 쉬게 되기까지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 몸에 쌓여 있던 지방은 단순히 ‘지방’이라는 말 하나로 뭉뚱그릴 수 없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저 열심히가 아니라, 내 몸이 어떻게 지방을 저장하고 반응하는지를 이해했을 때 비로소 운동 루틴의 방향이 달라졌고, 그 방향이 체형의 변화로 이어졌다.
사람의 몸은 저마다 다른데 같은 양의 음식을 먹고 같은 운동을 했다고 해도 누군가는 쉽게 살이 빠지고, 누군가는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대사량, 식습관, 유전적 요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지방의 분포와 유형에 따라 결정된다. 체지방은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이자 보호막 역할을 하지만, 잘못된 방식으로 축적되면 건강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체지방의 위치와 성격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운동 루틴을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지방, 어디에 어떻게 쌓이느냐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체지방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피부 바로 아래에 자리하며 주로 허벅지, 엉덩이, 팔뚝, 옆구리 등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위에 집중된다. 반면, 내장지방은 말 그대로 복강 안에 위치한 장기 주변에 존재하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건강에는 더 위험한 형태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는 혼합형 체지방이 많아지면서, 각각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복부비만으로 불리는 내장지방은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말라 보이지만, 복부 안쪽에 지방이 몰려 있는 '마른 비만' 역시 결코 방심할 수 없다. 피하지방의 경우 미용적인 문제 외에도 관절 부담이나 혈액순환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에 어떤 유형이든 방치하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해칠 수 있다.
내장지방형 체형을 위한 운동 전략
내장지방이 많은 경우 가장 우선되어야 할 목표는 빠르고 강도 높은 지방 연소인데 이때 효과적인 방식으로 알려진 것이 바로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HIIT)이다. 30초 전력 질주 후 15초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의 트레이닝은 짧은 시간 내 심박수를 끌어올려 지방을 강하게 태운다. 연구에 따르면 HIIT는 일반 유산소보다 내장지방 감소에 2배 이상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게다가 공복 유산소 운동도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이는 기초대사량이 낮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적용은 금물이다. 운동 후 반드시 단백질 보충과 수분 섭취를 병행해야 하고, 주 3~4회 이상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내 경험상, 복부비만이 심했을 때는 러닝머신보다도 인터벌 사이클과 로잉머신이 효과적이었다. 특히 짧고 굵게 땀을 뺀 날은 평소보다 훨씬 더 포만감을 느꼈고, 과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피하지방형 체형을 위한 접근 방식
피하지방은 운동에 가장 ‘고집스러운’ 반응을 보이는데 눈에 띄게 변화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며,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쌓이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한 유형이다. 이럴 땐 저중량 고반복 근력 운동을 기반으로 루틴을 구성해야 한다. 근육의 형태와 움직임을 세밀하게 자극하는 것이 지방층을 흔들어 변화시키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허벅지와 엉덩이 지방이 많다면 스쿼트와 런지, 힙 쓰러스트 같은 운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되, 한 번에 고중량보다는 적당한 무게로 횟수를 늘리는 쪽이 더 효과적이다. 여기에 중강도 유산소를 병행하면 지방 산화 효과가 증폭된다. 하루 1시간, 주 5회 이상의 규칙적인 루틴이 피하지방 감량에는 가장 적합한 패턴이다.
내 경우, 팔뚝과 허벅지의 군살을 제거하기 위해 3개월간 상하체 분할 근력 루틴을 유지했다. 초반에는 변화가 느려 좌절감이 컸지만, 꾸준함은 결코 배신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티셔츠가 헐렁해지는 걸 느끼면서, 체중보다 실루엣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혼합형 체형의 루틴, 어떻게 짜야 할까
혼합형은 말 그대로 내장지방과 피하지방이 함께 존재하는 형태로, 많은 사람들이 해당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 단일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유산소와 근력 운동의 비율 조정이 핵심이 된다. 일반적으로 주 4회 운동 기준으로 2일은 HIIT 또는 빠른 유산소, 2일은 전신 근력 운동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좋다.
여기서 중요한 건 휴식과 회복인데 체지방이 많은 사람일수록 근육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운동과 회복을 번갈아 배치하는 구조가 효율적이다. 특히 스트레칭, 요가, 폼롤러 마사지 같은 회복 루틴을 통해 체내 염증을 줄이고 대사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효과적이다.
나는 혼합형 체형으로 복부와 하체 모두에 지방이 많았는데, 주기적인 유산소와 상·하체 근력 루틴을 교차로 수행하면서 몸의 밸런스를 맞췄다. 예전에는 무조건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지금은 몸의 리듬을 읽으며 운동하는 것이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느낀다.
내 몸을 이해하는 순간, 루틴은 달라진다
사람마다 다른 체지방 유형은 단순히 체형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 운동 전략까지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된다. 어떤 사람은 유산소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은 근력 운동을 통해 확실한 변화를 경험하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체지방 성격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맞춤형 운동’을 하는 것이다.
지금 운동이 버겁고,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잠시 멈추고 질문해 보자. “나는 어떤 체형이고, 어떤 루틴이 진짜 나에게 맞는 걸까?” 이 질문에서 시작되는 루틴의 재구성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결국 운동은 내 몸과의 대화이자, 나 자신을 돌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