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피부에 생긴 작은 붉은 병변이 처음에는 크게 걱정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고 부풀어 오르며 병원에서 ‘혈관종’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부모의 마음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많은 경우에서 혈관종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자연 퇴화가 된 후에도 피부에 흉터처럼 남는 흔적을 보고 적잖이 놀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더군다나 치료를 받은 경우라면, ‘이 치료가 혹시 아이 피부에 자국을 남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혈관종 치료 후 흉터가 남는 이유
혈관종 흉터는 여러 이유로 생겨날 수 있는데 우선 병변 자체가 상당한 깊이와 넓이를 차지하고 있었던 경우, 피부가 위축되거나 조직 재생 과정에서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궤양이 동반되었던 혈관종은 회복 이후 피부 결이 고르지 않게 되거나, 색소침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사실은, 치료가 잘 이루어졌더라도 ‘자연 소실 과정에서의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내 조카의 경우, 혈관종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해당 부위가 움푹 들어간 채로 남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신경이 쓰이는 흔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치료 방식 역시 흉터 발생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프로프라놀롤 같은 경구 약물 치료는 비교적 흉터를 덜 남기는 편이지만, 심한 혈관종에는 레이저 치료나 외과적 절제술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들은 병변을 제거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피부에 미세한 손상이 가해지는 만큼 그 흔적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다. 물론 치료 방식에 따라 흉터의 종류와 깊이는 다르게 나타나며, 피부 타입에 따라서도 회복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흉터를 줄이기 위한 치료 직후 관리법
치료 후 관리는 단순한 보조가 아니라, 결과의 절반 이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특히 치료 직후의 2~3주는 피부가 매우 민감한 상태이므로 외부 자극을 최소화해야 하며, 보습과 자외선 차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자외선은 색소침착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햇볕을 직접적으로 받게 되면 상처 부위가 짙은 갈색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햇볕 조금 쬔다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을 했지만, 짧은 외출 후 해당 부위에 자국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는 외출 시 꼭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게 되었다.
수술을 동반한 치료였을 경우, 실밥 제거 후에도 한동안은 멸균 거즈와 연고를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인데 상처가 가렵더라도 긁거나 문지르면 흉터가 깊어질 수 있으며, 2차 감염의 위험도 높아진다. 간혹 흉터 개선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피부 자극이 되어 색소침착이 심해질 수 있으니 전문의의 조언을 우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인 흉터 관리 전략
혈관종 치료 후 흉터는 단기간에 완전히 사라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친 장기적인 피부 재생 관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제품이 실리콘 겔 시트나 실리콘 겔 연고다. 이들은 흉터 부위에 수분을 유지시키고 콜라겐 형성을 조절하여 흉터를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사용 시기는 치료 직후보다는 피부가 어느 정도 아물고 안정화된 이후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흉터 치료 전문 피부과를 통한 레이저 시술도 고려할 수 있다. 프랙셔널 레이저나 색소 레이저는 흉터의 색을 옅게 하고 피부 결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1회 시술로 해결되기보다는 주기적인 시술이 필요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내 경우, 아이가 두 살이 되던 해에 프랙셔널 레이저를 3회 받았고, 그 이후에는 눈에 띌 만큼 좋아졌다. 다만 아이가 시술을 받을 때 긴장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래서 시술 시 아이의 정서적 안정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흉터보다 중요한 것, 아이의 마음
많은 부모들이 흉터 그 자체보다도, 그 흉터가 아이의 자존감에 미칠 영향을 걱정한다. 얼굴에 남은 자국이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거울을 보며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부모가 더 아프게 느끼는 감정이다. 나 역시 아이가 자라며 '왜 나만 얼굴에 이런 게 있어?'라고 물을까 봐 늘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가 거울을 보며 "이건 내 점이야. 특별해서 좋은 거야"라고 말하는 걸 듣고, 오히려 내가 더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흉터는 지워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흉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부모의 태도와 아이의 정서적 안정에서 비롯된다. 치료와 관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아이의 마음까지 함께 돌보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외적인 흔적을 지우기 위한 노력만큼, 내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따뜻한 말과 시선을 건네는 것도 우리 부모가 해야 할 몫이다.